목회자로 부름과 목회 여정 | 참빛-권영신 | 2023-11-30 | |||
|
|||||
그리스도의 교회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고 지나온 신앙 길을 되돌아보니 회한이 많지만 감사하고 감사할 일뿐이다. 하나님께서 열여섯 살에 복음을 받게 하고, 스물여덟 살에 목회하게 하셨다. 그 후로 하나님이 부르신 부름의 응답하여 평생토록 그리스도의 교회 강단에서 말씀을 증거하고 몸 된 교회를 섬겼다. 청소년 시절 동네에 방화동 그리스도의 교회(현 치현교회)에 출석하게 되면서 믿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리스도의 교회에서만 신앙생활 하였기에 그리스도의 교회밖에 모른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한없이 좋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리스도의 교회를 아끼고 사랑한다.
인생의 고난과 육체의 고통 열여섯 살 때 신성종 전도자로부터 침수세례를 받고 교회에 출석하였으나 청소년 시절이므로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는 가나안 성도였다. 그 후 열아홉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설프게 사업을 하였으나 뜻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3년 후에는 집과 땅이 빚으로 인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고 부모님은 중병에 드셨다. 어머님께서는 결국 지병으로 돌아가시는 등(1976년)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데, 대처방안이 없는 속에 무력함과 허망함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고 기도 생활을 하면서 점차 마음이 편해지고 무겁던 짐들이 가벼워졌다. 이때 방화동교회에서 목회하던 박현섭 전도자가 위로의 메시지를 주어 큰 격려와 용기가 되었다.
목회 중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힘든 투병의 고난 길이 시작됐다. 주의 종으로서 농촌교회를 섬기면서 목양에만 전념하였는데, 왜 이런 육체의 고통이 오는가? 라는 물음을 수없이 되풀이하였다. 이때 떠오르는 말씀이 사도바울이 육체의 가시로 3번씩 기도하였고, 이에 대하여 주님으로부터 응답받은 은혜의 말씀이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 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9-10).” 그 후로는 아무나 이런 육체의 고통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고통을 은혜와 축복으로 승화시키니 감사의 마음이 넘쳐 흘렀다.
목회의 소명 주의 종으로 부르시는 과정은 참으로 신묘막측하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사람을 세상의 것을 비우게 하시고 고난으로 단련시키신 후에,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자라리 작은 섬에 있는 진흥 그리스도의 교회로 보내셨다. 추운 겨울(76년 12월 15일),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목회지로 향하면서 첫 목회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무척 컸다. 한편으로는 선상에서 요동치는 겨울 바다를 바라보면서 요나의 여정을 떠올렸다. 요나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향하였으나, 주의 종은 명령대로 두말없이 자라리 섬으로 복음 들고 향하고 있다는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진흥 그리스도의 교회 진흥교회는 조그마한 예배처소가 있어서 예배는 드릴 수 있었는데 너무 협소해서 예배당 건축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서울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못 들어가고 조억만 목사가 와서 예배당을 건축하였다. 두 번째로 목회한 수동교회는 예배당 건축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했지만, 도재호 목사가 와서 건축하였다. 세 번째 목회한 미암교회도 오랫동안 예배당 건축을 위해서 기도했는데, 예배당 건축할 터만 닦아 놓고 주성수 목사가 건축하였다. 홍천서면교회는 건축은 못 했지만, 지붕부터 내부를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새 교회당으로 만들어 놓고 나왔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졌지만, 기도하는 사람과 건축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아내와 필자는 방에서 잠을 안 자고 예배당에서 자면서 기도했지만, 건축은 다른 목사들이 와서 하였다. 성격대로 쓰시는 것 같다. 성격적으로 필자같이 약한 사람은 기도만 하게 하신 것 같다.
수동 그리스도의 교회 하나님께서는 두 번째 목회지로 전라남도 해남에 소재한 수동교회로 보내셨다(1978년 4월). 이때 순복음신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예배당은 있는데 지붕이 양철로 된 흙벽이었고 벽과 기둥 사이가 벌어져서 신문지 같은 것으로 끼워놓은 상태의 예배당이었다. 예배드릴 수 있는 예배당은 있지만, 이 상태로는 안될 것 같아서 솔로몬의 일천 번제를 드리기 시작했다. 사례비 삼만 원에서 필자가 신학교에 다니면서 반절은 쓰고, 매일 아침 오백 원씩 헌금을 드렸다. 그래도 한 번도 굶지 않고 잘 살게 해주셨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가 싶다.
미암 그리스도의 교회 수동교회에서 일천 번제가 끝나고 나니깐 미암교회로 보내주셨다. 미암교회에서도 일천 번제를 다시 시작해서 매일 아침 새벽기도에 천 원씩 헌금을 드리면서 기도했다. 두 번째 일천 번제가 끝나고 나서 세 번째 또 시작해서 매일 새벽기도에 이천 원씩 헌금을 드리면서 기도했다. 시골교회에서 하기 힘든 철야 예배를 시작해서 교인들과 같이 금요일 철야 예배를 드렸다. 재정을 담당한 노인 집사가 철야 예배를 안 드리면 안 되겠냐고 해서 “집사님은 졸고 앉아계셔도 참석만 하면 된다.”라고 했더니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잘 참석하다가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농촌이라는 조건에서도 열심히 기도하고 심방하니깐 교회가 부흥되어 세 개의 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다. 세 딸도 잘 키워주고 영광스러운 사모의 자리에 앉게 해주심도 너무 감사하다.
미암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안타까운 일도 겪었다. 새벽예배와 철야 기도회를 통하여 영성이 깊어지고 신앙에 열심을 갖게 된 성도들이 이단에 빠졌다. 은혜를 받겠다고 다른 교회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이며 집회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살펴보지 않고 허락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종말론에 심취되어 1999년도에 예수님의 재림을 주장하는 교회였다. 귀하게 모아진 교회의 기둥 같은 30여 명의 성도가 현혹되어 교회를 이탈하는 아픈 사건이었다. 목회자는 기도 생활로 깊은 영성과 해박한 말씀증거로 교회를 섬겨야 하지만, 이단을 바르게 분별하여 성도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영적 혜안이 있어야만 한다.
홍천서면 그리스도의 교회 진흥교회를 시작으로 미암교회까지 주님께서는 25여 년 동안 호남지역에서 목회하게 하시다가 강원도 홍천에 있는 서면교회로 보내셨다(2001년 12월 12일). 목회자는 어느 곳이든지 주님께서 보내신 곳에 아멘으로 화답하고 가야 하는 것이 종 된 본분이다. 홍천서면교회의 형편과 사정이 어떠한지를 전혀 모른 채 목회지를 옮겨 갔다. 서면교회도 농촌에 있는 교회이기에 그동안 농촌목회의 경험을 살려 목회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지만, 홍천서면교회 역시 농촌교회이기 때문에 새벽예배와 철야 기도회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한 명이 나오든지 두 명이 나오든지 은퇴할 때까지 변함없이 기도와 말씀 전하는 사역을 지속하였다. 하나님께서는 15여 년의 홍천서면교회 목회를 마무리하게 하시고 은퇴로 목양의 짐을 벗게 하셨다(2015년 3월 17일). 은퇴 후에는 주거지 부평에서 가까운 한우리교회에 9년 동안 출석하다가 2023년 9월부터 고강제일교회에 출석하면서 변함없이 그리스도의 교회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어 감사한다.
그리스도의 교회 앞에 필자는 평생을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교회들이 영적으로 연약한 부분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팔봉산에 있는 홍천기도원에서 기도하면서 깊이 숙고한 적이 있다(2001년). 그리고 나름의 답을 얻었는데, 그것은 그리스도의 교회에게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주의 만찬 예배가 살아나야 하고, 교회 제직이 성장해야 하고, 모든 말씀은 부활과 영생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첫째는, 주의 만찬 예배가 살아나야 한다. 교회가 주일 만찬을 행하면서, 고린도전서 11장 23절에서 26절까지를 많이 읽는다. 그런데 주의 만찬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한다는 26절까지 말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린도전서에는 26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27~29절의 말씀도 있다.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만을 기념하는 주의 만찬으로 성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죄를 회개해야 함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진정성 있게 회개하며,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많은 교회가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그래서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일이 예배의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고, 교회가 점차 영적 힘을 잃어가게 된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온전하게 주의 만찬을 드려서 영성을 회복해야 하며, 이를 통해 신앙의 성숙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로 교회의 제직이 성숙해야 교회가 성장한다. 교회 성장의 열쇠는 목회자와 사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직들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목회자가 열정으로 목회를 하여도 제직들이 신앙적으로 본이 되지 못하고 영적 수준이 초등학문에 머물러있다면 교회는 성장하지 못한다. 제직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야만 교회가 활성화되고 성장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부활과 영생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의 심각한 문제는 종교다원주의로, 부활과 영생의 메시지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WCC에 가입한 어느 교단에서는 불교의 스님이 열반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스님은 천국에 계실 것이라고 칼럼에 썼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썼다 한들 전혀 옳지 않은 이야기다. 교회는 부활과 영생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가져야지 두리뭉실한 신앙생활로는 영적 혼란만을 겪게 된다.
맺는말 은퇴한 후로 목회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그리스도의 교회의 영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이런 목회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목회자가 기도하고 예배 인도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많은 목회자가 이런 일 저런 일로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새벽예배와 철야 기도회를 게을리하고 있는데, 영성이 메마르면 다른 재능이 월등하여도 절대로 목회에 성공할 수 없다. 목회자는 첫째도, 둘째도 무릎 꿇고 기도하고 말씀 읽고 선포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다. 다른 일로 바쁘다고 핑계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예배드리는 일에 먼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리고 목회자가 지켜야만 할 계명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영성 생활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기도 생활과 말씀 읽고 예배 인도하는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목회자와 교회가 영적으로 살고 질적으로 성장하여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있다. 둘째는 물질에 깨끗해야만 된다. 목회자가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쓰고 사례비에 관심을 갖게 되면 교회는 시험을 받게 된다. 그런 목회자는 참 목자가 아니라 삯꾼이다. 셋째는 여자 문제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젊은 여자에게는 온전히 깨끗함으로 자매에게 하듯 하라(딤전 5:2)”고 당부하였다. 목회자가 목회의 성공하는 것을 사람은 알 수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판단하실 것이며, 목회자는 하나님의 사역을 하면서 이런 것들에 걸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 앞에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있길 기도한다.
권영신 목사/ 진흥(전남), 수동(전남), 미암(전남), 홍천 서면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목회한 후 은퇴하였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