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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예배당과 야소쟁이 기준서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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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예배당과 야소쟁이

어릴 때 다니던 교회는 흙벽돌로 지은 초가지붕 교회당이다. 갈색의 황토 벽돌과 흙을 다져 쌓아올린 시골스러운 건물이다. 교회당은 안과 밖으로 일체의 장식이 없고 현란하게 꾸밈이 없다. 강단은 달랑 네모난 설교단뿐이다. 오늘의 교회당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것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토담 교회당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콘크리트 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명의 흙 내음새가 물씬 풍긴다. 건물이 그렇듯이, 교인들의 신앙도 순수하고 가식이 없다. 농촌마을 공동체에서 품앗이조차 나누지 않는 따돌림 속에서도 꿋꿋하게 믿음을 지켰다. 야소쟁이(耶蘇敎)라는 비아냥거림에도 위축되지 않고 신앙의 자긍심을 지켰으며 청빈성, 도덕성, 경건성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경직된 제도와 전통에 얽매였던 한국교회를 각성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교회밖에 모르던 크리스천들은 온라인 예배가 보편화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교파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신앙의 자유와 평등을 희구하게 되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당 건물은 자만심과 계급의식만을 조장시키는 무익성을 깨닫게 되었으며,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바른 신앙을 위해 외형과 형식을 거부하고 성서말씀과 순수한 신앙을 찾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모든 인위적인 것을 파기하고 성서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교회당의 성전화, 성직의 권위, 교단의 교권화 등을 거부하고 신앙의 자유, 형제적 평등, 개교회의 자율성을 주창한다. 성서에 기록된 신약교회의 원형과 본질을 회복하여 올곧은 신앙공동체를 세우려는 성서적인 교회이다. 그럼에도 기존교회들의 따돌림과 극심한 배척을 받고 이단으로까지 내몰리는 힘든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우리의 꿋꿋한 믿음과 성서적인 주장은 따돌림과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이 시대 토담교회당이며 야소쟁이다.

라틴어 “마투티나 코그니티오(Matutina Cognitio)”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 각성하여 깨닫는 것을 뜻한다. 수적으로 작은 규모와 적은 교인수라는 외형적인 이유로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것은 자기비하이며 메뚜기 신앙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양적으로는 작지만 덧입힘 없이 순수한 신앙과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행하는 신앙공동체다. 요즈음에 개척하는 교회들은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당을 소유하지 않는다. 초대교회처럼 건물을 빌려 평일에는 저소득층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섬김과 나눔의 장소로 사용하고, 주일에는 예배와 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는 교회다움을 실천하는 것으로, 세상으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는다. 이제는 ‘우리 됨의’ 자긍심과 신약교회의 신앙적 가치를 지켜, 이 시대에 믿음의 표상(表象)으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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