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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home), 가족(family), 집(house) 기준서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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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home), 가족(family), 집(house)

가정 붕괴와 해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최근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조(粗) 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은 3.8건인데, 이혼율은 2.0건이다. 이혼율이 높은 세대는 젊은 층으로 40대 초반이 가장 높다. 이 수치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제일 높으며,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9위에 속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혼율이 높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이유에 대하여 대체로 분석하기를 경제적 풍요, 개인주의, 남녀 평등성, 가치관의 변화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이 같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혼율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혼은 가정 구성원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부간에 결별로 가정 붕괴와 해체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결혼견적서 등장

급격한 근대화의 물결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에 변화를 가져와 자기중심의 권리만을 주장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집약된다. 결혼중개업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혼희망자가 서로의 경제 상황을 올리고, 결혼할 경우 만족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결혼견적서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결혼자금 액수, 주택 소유 여부, 나이와 직장 근속 연수, 부모의 결혼 지원금, 노후 보장 여부까지 포함된다. 그 외에도 결혼 후에 가사와 육아 분담, 공동생활비와 독립적 통장관리, 심지어 결혼 후에 양가 방문횟수까지 명시한다. 결혼을 마치 상거래 하듯이 계약관계로 맺는 각박한 셈법이다. 설령 결혼견적서의 내용이 충족되어 결혼하였더라도, 결혼 관계 도중에 작은 약속이라도 이행되지 않으면 곧장 이혼으로 연결되는 매정한 세태이다. 대부분 성격 차이라는 위장된 단어로 둔갑시켜 합의 이혼하고 마련 없이 각자의 길로 떠난다. 결혼을 가정이라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보다는 자신의 더 나은 미래와 경제적 풍요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가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싶다.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에 걸쳐 선교하던 무스 선교사는 우리나라의 가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찬송가위원회는 “home, home, sweet home”을 번역하려는데, 조선어에는 ‘home’의 단어가 없다. ‘home’에 근접하는 조선어로는 ‘집’이 있는데 그것은 짚으로 된 초가지붕의 흙집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어 ‘house’에 해당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house, house, heavenly house(집, 집, 천당 집)”로 번역하였다. 조선어 ‘home’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는 이유는 이 나라에는 실제로 ‘home’이 없기 때문이다.”(1900, 조선에 살다, 제이컵 로버트 무스, 푸른역사, 97-99).

외국 선교사가 보았던 대로 그 시대에는 집(house)만 있었고, 가정(home)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1세기가 지나서 다시 가정의 단어가 점차 소멸하여 역사박물관에나 시대적 유물로 보존되어야 할 처지이다.

가정, 가족, 집

가정공동체가 붕괴, 해체되는 현실에서 “가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세 단어 가정(home), 가족(family), 집(house)은 유사한 개념이지만 각각 다른 의미가 있다. 가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단위로 직계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거주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가족은 식구, 피붙이, 살붙이 등의 다양한 용어로 정의되듯이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부부와 자녀, 형제와 자매 등으로 구성된 혈족을 가리킨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가족의 개념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어, 전에는 대가족으로 4세대까지 포함되었으나 지금은 핵가족시대로 1세대 혹은 2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집은 주거 공간을 의미하지만, 가정이나 가족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고 가족이 구성한 가정이 머무는 곳이다. 세 단어를 우선순위별로 정리할 수 있다면 가정, 가족, 집인데, 오늘의 세태는 그 반대로 집, 가족, 가정으로 나열된다. 집은 단지 가정공동체를 구성한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일 뿐이다. 그런데도 물질주의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집을 가장 중요시하는 불행한 세대가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존 하워드 페인(John Howard Payne)의 “즐거운 우리 집”은 가정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즐거운 우리 집”은 원문에 보면 집이 아니라 가정이다(Home, Sweet Home). 따라서 가사도 원문에 맞춰 올바르게 번역하면, “나의 가정, 나의 가정, 안락하고 편안한 나의 가정이여. 세상 어디에도 우리 가정 같은 곳은 없어, 세상 어디에도 우리 가정 같은 곳은 없어! (Home, home, sweet, sweet home. There's no place like home, there's no place like home!)”이다. 오늘의 시대는 이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가정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가정공동체를 해체한다. 잘못된 결혼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방법들이 제시된들, 결혼관에 대한 가치변화와 경제와 연결된 얕은 행복만을 추구하는 세대에게는 어떤 약방문(藥方文)도 효력을 나타낼 수 없다. 하나님께서 최초의 사람을 창조하시고 가정공동체를 만들어 주신 기독교적 가정 가치관을 회복하는 길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건강한 크리스천 가정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신 후에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여 돕는 배필(better-half)을 지으시고 가정을 만들어 주셨다. 이 가정은 최소 단위의 사회 근간이 되는 공동체다. 성경은 소중한 가정공동체를 위해 구성원 간의 깊은 사랑과 끈끈한 유대관계, 지켜야만 할 규율과 방법을 제시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존중과 사랑(엡 5:2-6:4), 형제간의 연합과 우애(시 133:1-4), 믿음으로 자녀 양육(딤후 1:3-7), 가족 보살핌(딤전 5:4-8) 등으로 건강한 가정공동체를 세울 것을 말씀한다.

5월은 가정의 달로서, 가족의 중요성을 기리는 달이다. 가족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그 가족이 모여 구성하는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공간이며,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안식처이다. 가정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삶의 공간이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건강한 가정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번 호 「참빛」은, 건강한 크리스천 가정의 표본으로 네 가정이 소개된다. 다섯 명의 자녀(조창목), 네 명의 자녀(이세진), 세 명의 자녀(전금자), 두 명의 자녀(임학균)의 양육기 안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정의 해체와 붕괴가 일상화되는 세태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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