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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기준서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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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한 그루 연리지(連理枝)

경기도 광주에 있는「화담숲」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조성된 친환경 생태 동산이다. 그곳에는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와 줄기가 뒤엉켜 서로를 감싸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한 그루 연리지 나무가 서 있다.

동석기 전도자와 강명석 전도자는 바로 그 연리지와 같은 신앙의 동지였다. 둘이면서도 둘이 아니고, 곧 하나였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났으나 한 나무로 합쳐지듯, 말씀 안에서 하나로 녹아들었다. 나이와 성격, 기질과 배경은 달랐으나, 그들은 오직 복음의 길 위에서 한마음으로 같은 길을 걸어간 동역자였다. 두 사람을 굳게 묶어준 끈은 다름 아닌 “오직 성경대로(μόνη ἡ γραφή)”라는 신앙의 가치였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

그들의 만남은 1935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웨이브리 벨몬트와 12가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선교 보고차 미국을 방문한 동석기 전도자와 밴더빌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그리스도의 교회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예배에 참석한 강명석 전도자가 역사적 만남을 가진 것이다. 두 사람은 밤을 지새우며 성경 교리를 토론했고, 신앙의 지향점이 같음을 확인하였다. 신조와 성직, 교권에 의해 신앙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신앙의 평등이 무너져 가던 당시, 그들을 묶은 것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라는 환원운동의 외침이었다. 이 만남은 마치 1832년, 환원운동의 거대한 흐름을 이끌어 낸 발톤 스톤과 알렉산더 캠벨의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운명적 사건이었다.

남과 북에서 교회를 세우다

동석기 전도자는 일제의 억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신앙으로 민족의 자존과 독립을 지켜낸 선각자였다. 강명석 전도자는 깊은 영성과 신학적 통찰로 청년들의 눈을 열어 시대적 자각을 일깨운 지성인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그 시대 미국에서 최고의 신학 과정을 수료한 엘리트였기에, 안정된 목회의 길을 택할 수도 있었으나, “성경대로” 살기 위해 안락함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선택하였다.

1930년 동석기 전도자는 북쪽에서, 1936년 강명석 전도자는 남쪽에서 각각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웠다. 교파 교회의 두꺼운 장벽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외로움과 가난, 억압과 폄훼 속에서도 결코 진리의 길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사람들은 물었다.

“왜 그 길을 가는가? 그 길은 어떤 길이며, 어떤 교회인가?”

그들의 대답은 단호하고 명확했다.

“성경대로 믿고 행하는 것이 참된 믿음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이 교회는 단순한 명칭이나 교파가 아니며, 제도화된 고유명사도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교회, 곧 그분의 몸 된 교회이다. 이처럼 그들은 성경적 정체성과 믿음을 부끄러움 없이 담대히 외쳤다.

강명석 전도자는 1937년 기독신보 지면을 통해 교회의 이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이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이다. 우리는 사람의 이름보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사람이 지은 이름보다 성경에 기록된 이름을 높인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교회라 불러야 한다. 그리스도의 피가 흐르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이지, 어느 장로의 교회도, 어느 감독의 교회도, 어느 신부의 교회도 아니다.”

오늘의 교회 현실

오늘날 우리의 교회는 제도화와 교권화, 그리고 분파화 속에서 정체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그렇다고 말하는’ 교리적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현실에 서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앞에 서게 된다. 바로 이때야말로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우리의 앞길을 비추는 빛이 어디에서 왔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 빛은 믿음의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 위에 있다. 그들의 믿음의 용기와 교회를 위한 헌신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 그들의 걸음은 단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다시 이어 걸어야 할 길이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뿌리는 달라도 가지와 줄기를 서로 의지하며 하나 된 연리지처럼, 성경의 본질을 따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다움’을 회복하여, 이 시대에 교회다운 교회로 당당히 서게 될 것이다.

특집 주제의 의미

이러한 뜻에서『참빛』은 특집 주제를 “성경과 그리스도의 교회”로 정하고, 두 차례에 걸쳐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우리 정체성과 뿌리를 붙들고자 하는 믿음의 고백이자 결단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성경의 가르침에 기초하지만,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우리의 ‘교회 됨’이 온전히 이루어진다. 그 길만이 우리만의 고귀한 빛깔과 당당한 목소리를 회복하며,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하고 증거하는 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이 고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믿음이 녹아 있는 장엄한 신앙고백이며, 오늘도 우리가 굳게 붙들어야 할 “우리 됨(we-ness)”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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