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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우화(寓話)를 통한 신앙적 성찰 | 기준서 | 2025-1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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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우화(寓話)를 통한 신앙적 성찰 
 찰스 스윈돌의 우화 가운데 “동물학교 이야기”가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오리, 토끼, 람쥐, 독수리가 각기 새로운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리는 달리기를, 토끼는 날기를, 람쥐는 수영을, 독수리는 나무 타기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본래 수영에 탁월했던 오리는 억지로 달리기를 배우다가 수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고, 달리기에 능했던 토끼는 날기 연습을 하다가 떨어져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다람쥐는 본래 강점이던 나무타기를 잃었고, 독수리는 하늘을 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구약성경 사사기 9장에는 요담이 들려준 나무 우화가 나온다. 자격 없는 아비멜렉이 왕이 되었을 때, 요담은 백성에게 비유로 경고하였다. 나무들이 왕을 세우고자 감람나무와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에게 차례로 권하였으나, 이들은 모두 거절한다. 각각 기름을 내고, 단 열매를 맺으며, 포도주를 생산하는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열매도 맺지 못하는 가시나무가 왕이 되겠다고 나서며, “내 그늘에 피하라,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나와 삼키리라”고 위협한다. 
 이 우화는 고대 이스라엘의 정치적 상황을 넘어 권력의 본질과 소명의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두 우화는 우리 신앙에 깊은 울림을 준다. 동물학교의 이야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분별하여 그 길에 충실해야 함을 일깨운다. 요담의 우화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자가 공동체에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삿 9:1~57).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 속에서 전해지는 두 우화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한다. 곧 ‘소명에 대한 충실성’과 ‘권력적 야망’의 대조 속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고유한 창조 질서적 카리스마(은사)를 저버릴 때 개인과 공동체가 겪게 될 심각한 손실을 경고하며, 무엇이 바른 길인지 성찰하게 한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고유한 은사와 역할을 주셨으며, 그것에 충실할 때 참된 열매를 맺게 하신다. 그러나 본래의 소명을 외면하고 권력이나 자기 능력 밖의 일을 추구할 때, 그 결과는 열매 없는 가시나무와 같으며, 제 기능을 상실한 동물들과 같이 무력해진다. 그러므로 스윈돌과 사사기의 우화가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학적 인간학의 관점에서 개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한 은사에 충실할 때 존재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으며, 권력 추구가 은사와 소명을 대체할 때 공동체는 가시나무 아래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분열과 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자 은사(카리스마)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각양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같이 서로 섬기십시오.”(벧전 4:10 우리말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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