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더푸른뉴스=김혜진 기자] 봄이 오는 길목에는 늘 꽃샘추위가 있다. 따뜻한 햇살이 며칠 이어지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이 아직 물러나지 않았음을 알리듯 매서운 기운이 대지를 덮는다. 그러나 그 추위 속에서도 땅속에서는 작은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막 고개를 내민 새싹들이다.
새싹은 연약해 보인다. 손끝으로 건드리면 금세 부러질 것 같고, 차가운 바람 한 번에도 꺾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늘 같은 진실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봄을 여는 것은 거대한 나무가 아니라 작고 여린 새싹이라는 사실이다.
꽃샘추위는 새싹에게 시련이다. 그러나 그 시련이 새싹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밤새 얼어붙는 찬 기운을 견디고, 거센 바람 속에서도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새싹은 점점 강해진다. 그 과정을 지나야만 비로소 잎이 되고 꽃이 된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꽃샘추위가 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억울한 일, 실패와 좌절이 차가운 바람처럼 몰아친다. 그때 사람들은 흔히 묻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오는가?”
그러나 자연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추위를 견딜 수 있는가?”
새싹은 불평하지 않는다. 바람과 추위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더 단단한 줄기를 세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난과 힘듦을 묵묵히 이겨내는 사람만이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잠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쓰러지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다시 서게 되어 있다. 인생의 꽃샘추위를 지나온 사람은 이전과 다른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봄은 단순히 계절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이다. 추위를 견딘 생명에게 반드시 새로운 계절이 온다는 약속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작은 새싹 하나가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다. 어쩌면 그 모습은 지금 어려움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을지 모른다.
묵묵히 견디는 사람,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봄을 맞이한다.
새싹이 봄을 증명하듯, 인내하는 사람이 희망을 증명한다.
정기원 / 강서대학교 특임교수, 책사랑작은도서관장,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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