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2 | 고봉환 | 2020-12-07 | |||
|
|||||
긴 겨울 끝자락에 그를 보았다. 아직도 만개되지 못한 꽃 그러나 그 속에 숨은 순수함이란
봄이 시작되어서야 꽃이 되어 저 앞에 찬란하게 자신의 순수함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그의 꽃을 피우는 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침이 이슬로 피어난 아름다움이란
그 긴 시간을 오직 오늘의 아름다움을 펼치려고 말로 할 수 없는 세찬 겨울의 바람들을 가냘픈 호흡 하나로 버티어 오더만
그대, 언제부터 꽃이렀던가? 그대의 가나른 잎사귀 하나, 맺힌 서러움 꽃으로 불려지기까지 잊을 수 없는 아픔들
그대, 언제부터 꽃이 되려 하였던가? 잎사귀 하나하나 꺽이면서도 남은 잎사귀 하나라도 안간힘을 다해 사투를 벌여온
큰바람에 힘없이 떨어져 간 잎사귀에 마음을 앓으며 가날픈 가지가 뿌리에 뽑혀 고통으로 내몰려도 결코, 결코 이대로 쓰러질 수 없기에
그렇지꽃이 되기 위해 이 정도의 흔들림쯤이야 아무리 거친 눈비바람이 몰아치는 정도쯤은
너희는 아느냐? 가냘파 보일수록 질기고 강한 생명인 것을 비록 바람 앞에 엎드려질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들은 모진 풍상을 꺾는 나에게 "꽃"이라고 하였다. |
댓글 0